공간큐레이션

부자들은 말하지 않는 브랜드

hihellohow 님의 블로그 2026. 2. 2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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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럭셔리, 프랑스 미학의 정수 ‘리아그르(Liaigre)’를 해부하다.

 

2019년 오픈한 리아그르 청담 쇼룸은 전 세계 공식 매뉴얼을 철저히 따릅니다. 1층 갤러리 존에서는 가구와 가구 사이의 ‘여백’이 어떻게 하나의 자재로서 공간을 완성하는지 보여줍니다. 하이엔드 주거를 설계할 때 흔히 범하는 오류인 ‘채우기’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지하 1층 하우스 존은 실제 거실과 다이닝 공간을 재현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조명 계획(Lighting Plan)입니다. 직접적인 다운라이트를 배제하고 낮은 위치의 램프와 간접조명 박스만을 활용해 공간의 심도를 깊게 연출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추구하는 은은한 분위기가 하이엔드 가구와 만났을 때 얼마나 극적인 시너지를 내는지 실감하게 합니다.

 

위치 : 서울 도산대로 449 1F / B1F (청담동 97-5)
운영시간 : 10:30 ~ 18:30 / 일요일 휴무
예약, 발렛파킹, 주차가능

 

 

 

[서론;序論]

 

시대가 갈망하는 ‘조용한 럭셔리’의 발원지

 

현대 하이엔드 주거 인테리어의 흐름은 더 이상 화려한 장식이나 원색의 과시를 지향하지 않습니다. 자재 본연의 물성, 빛의 산란, 그리고 공간의 비례만으로 거주자의 격을 드러내는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가 그 정점 위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이 철학의 중심에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크리스찬 리아그르(Christian Liaigre, 1943-2020)*가 존재합니다. 제가 속해 있는 하이엔드 디자인 회사와 같이 현장의 디테일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에게 리아그르는 단순한 가구 브랜드를 넘어, 공간을 대하는 엄격한 품질과 장인 정신의 기준점이 됩니다. 이 장에서는 리아그르의 40년 역사와 그들이 정립한 미학적 가치, 그리고 서울 청담 쇼룸에서 마주할 수 있는 기술적 인사이트를 심층적으로 고찰해보려합니다.

 


 

 

 

 


 

 

 

[본론 一 ;本論]

크리스찬 리아그르의 철학적 뿌리와 역사적 고증

 

리아그르의 창립자 크리스찬 리아그르는 프랑스 서부에서 태어났습니다. 파리 예술학교(Beaux-Arts)를 거쳐 화가와 말 사육사라는 이채로운 경력을 쌓은 그는 ‘생동하는 생명체에 대한 존중’과 ‘미니멀한 캔버스의 구도’를 디자인의 뼈대로 삼았습니다.

 

1985년 *파리 7구에 첫 스튜디오를 열었을 당시, 유럽 디자인계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화려하고 자극적인 색채에 경도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리아그르는 이를 ‘시각적 공해’라 규정하고, 18세기 프랑스 전통 가구 제작 기법(Ébénisterie)에 현대적인 절제를 가미한 독창적인 스타일을 선보였습니다. 1990년 파리의 몽탈랑베르 호텔과 1997년 뉴욕의 머서 호텔 작업을 통해 그는 루퍼트 머독, 캘빈 클라인 등 시대를 이끄는 미학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로 등극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인물은 어떻게 살아온 걸까? 자세하게 알고 싶고, 더불어 성장동력과 성격이 궁금했습니다.

 

 

 

 

1. 말과 모래, 그리고 고독이 만든 유년기

리아그르의 미학은 프랑스 서부 해안 도시 라로셸(La Rochelle)이라는 곳에서 자랐습니다.

그는 승마 애호가였던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는데, 어린 시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 바로 마구간이었죠.

 

가죽의 기억: 안장(Saddle)에서 느껴지는 팽팽한 가죽의 질감과 말의 근육을 감싸는 정교한 스티치. 리아그르 가구에서 보이는 독특한 가죽 마감은 이 시절의 촉각적 기억에서 온 것입니다.

 

자연의 색감: 대서양의 짠 바람에 하얗게 바랜 나무, 밀물과 썰물이 만든 모래의 물결무늬. 그가 사랑한 '에크루(Ecru)'와 '그레이' 톤은 인위적인 배색이 아니라 그가 자라며 본 자연의 풍경 그 자체였습니다.

 

2. "유행은 공해다" : 고집 센 완벽주의자의 등장

리아그르는 예술학교(Beaux-Arts)를 졸업한 후 바로 가구 디자인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한때 화가로 활동했고,  시골에서 직접 말을 사육하기도 했죠. 이런 이색적인 경력은 그를 '유행에 무심한 디자이너'로 만들었습니다.

 

은둔자적 성격: 그는 파리의 화려한 파티보다 작업실에서 자재를 만지는 것을 즐겼습니다. 80년대 유럽을 휩쓴 포스트모더니즘(화려하고 장식적인 스타일)을 보며 "시각적 공해"라고 비판했을 정도로 자기 철학이 강했습니다.

 

장인과의 관계: 리아그르는 거만한 디자이너가 아니었습니다. 대신 프랑스 전역의 이름 없는 목공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기술을 존중했고, 그들과 '에베니스테리(전통 기법)'를 현대화하는 데 평생을 바쳤습니다. 장인들이 그를 위해 까다로운 웬지(Wenge) 작업을 기꺼이 해냈던 이유도 그의 진심을 알아봤기 때문이죠.

 

3. 거물들의 마음을 훔친 '침묵의 힘'

그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1990년 파리의 '몽탈랑베르 호텔'과 1997년 뉴욕의 '머서 호텔' 작업입니다.

당시 최고급 호텔들이 황금빛 장식으로 도배할 때, 리아그르는 검은 나무와 흰 린넨만으로 공간을 채웠습니다.

 

인간관계와 인맥: 그의 이런 '절제된 미학'에 열광한 이들은 당대 최고의 안목을 가진 인물들이었습니다. 

칼 라거펠트, 캘빈 클라인, 루퍼트 머독 같은 이들이 리아그르의 열렬한 팬이자 친구가 되었죠.

 

라거펠트와의 일화: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조차 리아그르의 가구를 보고 "이보다 더 완벽한 비례는 없다"고 극찬하며 자신의 저택 인테리어를 온전히 맡겼습니다. 까다로운 천재들이 리아그르 앞에서 무장해제된 이유는, 그의 가구가 '나를 과시하지 않고, 나를 온전히 쉬게 해 준다'는 점과 '타협하지 않는 품질'이었습니다. 리아그르가 아프리카산 웬지를 샌드블라스팅하여 거친 질감을 만들어내고, 통청동을 수작업으로 산화시키는 과정을 지켜보며 라거펠트는 이를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맞춤 하이패션)의 가구 버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안감이 겉감보다 더 아름다워야 한다"는 샤넬의 철학이 리아그르의 가구에서 실현되고 있었던 것이죠.

 

4. 성장과 은퇴: 브랜드보다 큰 이름

리아그르는 회사가 글로벌하게 커지는 와중에도 "나는 비즈니스맨이 아니라 디렉터다"라는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2016년 경영권에서 물러날 때까지도 직접 연필로 스케치를 하며 가구의 비례를 맞췄죠. 2020년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디자인계는 "가장 시끄러운 시대에 침묵의 가치를 가르쳐준 스승이 떠났다"며 애도했습니다.

 

출처 : tripadvisor

 

 

 

[본론  ;本論]

 

리아그르 미학의 3대 핵심 기술 (목재, 청동, 비례)

 

리아그르의 가구가 하이엔드 시장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니는 이유는 소재를 다루는 기술적 엄격함에 있습니다.

첫째, 목재의 혁명적 사용입니다. 

리아그르는 아프리카산 하드우드인 *웬지(Wenge)를 현대 인테리어에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짙은 (1)*에보니 색감을 띠면서도 목재 특유의 결이 살아있는 웬지는 공간에 묵직한 무게중심을 잡아줍니다. 그는 샌드블라스팅(Sandblasting) 기법을 통해 나뭇결의 요철을 살리고 천연 오일로 마감하여 ‘살아있는 나무’의 질감을 유지합니다.

 

둘째, 청동(Bronze)의 연금술입니다. 가구 프레임이나 조명에 쓰이는 브론즈는 도금이나 페인팅이 아닌 통청동을 주물로 제작한 뒤 수작업으로 산화(Oxidization)시킵니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거주자의 손길에 따라 변하는 (2)*‘파티나(Patina)를 형성하며 가구에 역사성을 부여합니다. 차가운 금속임에도 따뜻한 광택을 내는 이 마감은 현장에서 목재나 석재와 만났을 때 완벽한 재료 분리 기능을 수행합니다.

 

셋째, 절대적 비례(Proportion)입니다. 리아그르의 가구는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작품을 연상시킵니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남은 본질적인 형태는 공간 속에서 하나의 오브제가 됩니다. 펜트하우스와 같은 광활한 공간에서도 가구가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 이유는, 공간의 여백까지 디자인의 일부로 계산한 치밀한 비례 설계 덕분입니다.

 

 

 

 

 

[결론;結論]

하이엔드의 완성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리아그르 스타일을 실제 현장에 녹여내는 법

 

첫째, 색채의 통제(Color Control)입니다. 리아그르 공간은 샌드(Sand), 차콜(Charcoal), 에보니(Ebony), 크림(Cream) 등 자연에서 추출한 낮은 채도의 팔레트만을 사용하는데, 화려한 색상을 배제하고 소재의 텍스처로만 공간을 변주하는 법을 쇼룸에서 감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둘째, 빛의 층위(Layering of Light)입니다. 천정 중앙의 거대한 메인 조명 대신, 바닥에서 올라오는 플로어 램프와 가구를 비추는 스팟 라이트의 조합을 통해 공간의 조도를 조율해야 합니다.

 

셋째, 촉각의 인테리어입니다. 눈으로만 보는 공간이 아니라, 손에 닿는 손잡이 하나, 벽면의 패브릭 감촉까지 설계의 범위에 넣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건식 화장실의 벽체를 패브릭으로 감싸는 시도는 리아그르가 추구하는 ‘사용자 중심의 물성 설계’와 비슷합니다.

 

 

 

 

 

[첨가;添加]

 

**에보니 색감이란?

 

에보니는 우리말로 '흑단(黑檀)'이라 불리는 목재입니다. 

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자생하며, 목재 중에서도 가장 단단하고 무거운 '하드우드(Hardwood)'의 정점에 서 있습니다.

 

-물성적 특징: 

물에 넣으면 가라앉을 정도로 밀도가 높고 치밀합니다. 

나뭇결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입자가 고와서 가공했을 때 마치 금속이나 돌처럼 매끄러운 광택이 납니다.

 

-희소성: 

생장 속도가 매우 느려 공급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예로부터 왕실의 가구, 악기(피아노 검은건반, 바이올린 지판), 귀중품 상자에만 쓰이던 귀족적인 소재입니다.

 

-에보나이징(Ebonizing)

리아그르의 가구 설명에서 '에보니'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실제 흑단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그가 창안한 '에보나이징 마감' 때문이기도 합니다.

 

-에보나이징 기법: 웬지(Wenge)나 오크(Oak) 같은 목재에 검은 천연염료를 여러 번 덧입혀,

흑단(Ebony) 특유의 깊고 어두운 색감을 재현하는 방식입니다.

 

-왜 에보나이징인가?: 단순히 검은색 페인트를 칠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에보나이징은 나뭇결의 텍스처는 그대로 살리면서 속까지 검게 물들이는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목재 특유의 따뜻한 촉감과 에보니의 시크한 미학을 동시에 잡아냅니다.

 

 

**파티나(Patina)란?

 

1. 파티나(Patina)의 본질 : '시간의 산물' '녹'

파티나는 금속이나 가죽, 목재의 표면이 공기 중의 산소, 수분

그리고 사람의 손길과 접촉하며 자연스럽게 산화되거나 마모되어 생기는 특유의 윤기와 변색을 뜻합니다.

 

-금속(청동)의 파티나: 구리나 청동이 시간이 지나며 은은한 갈색이나 푸른빛을 띠게 되는 현상입니다.

억지로 만들어낸 색이 아니기에 인위적인 도장(Painting)으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깊이감을 줍니다.

-가죽의 파티나: 최상급 가죽(풀 그레인 등)이 사람의 체온과 마찰에 의해 점점 부드러워지고 반질반질한 광택을 머금게 되는 상태입니다.

 

2. 리아그르가 파티나를 대하는 태도

리아그르는 가구를 '완성된 상태'로 출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가구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까지 설계했습니다.

 

살아있는 마감: 그는 가구의 금속 부품이나 가죽에 두꺼운 코팅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연스러운 산화를 허용하는 최소한의 처리를 합니다. 거주자가 가구를 만지고 사용하는 시간이 쌓여 비로소 그 집만의 '파티나'가 완성되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불완전함의 미학: 완벽하게 매끈한 공산품 같은 상태보다, 모서리가 살짝 닳고 색이 짙어진 상태를 더 고귀하게 여깁니다.

이것이 바로 리아그르가 지향하는 '조용한 럭셔리'의 시간적 정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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