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큐레이션

스타벅스는 왜 계속 들어가고 싶은가?

hihellohow 님의 블로그 2026. 3. 3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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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머리 회전할 겸 집 앞 스타벅스 매장에 들렀다. 텀블러를 지참하고 연계된 음료 QR 바코드가 프린팅 된 영수증을 가져가면 어떤 음료든 무료로 교환해 준다. 텀블러가 집에 있어 세척이 되어있는 상태였지만 가끔 사용하기에 스벅 인포 앞에 있는 세척기를 사용했다. 새로 들여온 기계 같다. 터치스크린으로 조작이 되고 간단 세척에 전문세척까지 나뉘어져 있다. 나는 4분 타이머로 설정된 중간 세척을 이용했다. 뚜껑과 몸체를 분리해 트레이에 끼우면 세척을 도와준다. 신문물이다. 이제 본론으로 가자면 원래 나는 커피를 즐기진 않지만 스타벅스는 종종 온다. 공간감과 그리고 편안함이 있어서다. 천정 마감도 다른 커피집과 달리 타공판으로 되어있어 올 때마다 한 번씩 쳐다본다. 그래서 오늘 노트북도 있고 책도 있고 블로그를 적으려는데 스타벅스가 궁금해졌다. 이 공간은 무엇을 중요시하고 어떤 철학이 있을까?

 


 

1971년 시애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처음 문을 연 스타벅스는 지금의 모습과는 다르다. 초기 스타벅스는 커피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가 아니라, 볶은 원두와 향신료를 파는 식료품점에 가까웠다. 1983년, 마케팅 담당자로 합류했던 하워드 숄츠가 이탈리아 밀라노를 방문하면서 그는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바에서 사람들이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바리스타와 대화하고 이웃과 소통하며 일상의 휴식을 취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고는 이 '커피 문화' 자체를 미국에 들어오고자 했고,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아는 '공간 중심의 스타벅스'가 탄생한 배경.

 

 

공간으로 본 스타벅스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는 '느슨한 연대'의 장소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Ray Oldenburg)가 제시한 이 개념을 스타벅스는 비즈니스 모델로 풀었습니다. 핵심은 심리적 문턱의 제거'입니다. 누구나 입장할 수 있고, 주문 후에는 그 공간의 점유권을 정당하게 획득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집처럼 편안하지만 집에서의 가사 노동이나 나태함으로부터 분리되고, 직장처럼 생산적이지만 상사의 눈치나 업무적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중립 지대'를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 스타벅스는 고객이 공간에 머무는 시간에 대해 눈치를 주지 않는 운영 방침을 인테리어 구성 단계에서부터 반영합니다.

 

 

오감을 자극하는 감각적 앵커링 (Sensory Anchoring)

 

   스타벅스의 공간 철학은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후각, 촉각을 정교하게 제어하여 브랜드 경험을 구조화합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강력한 음식 냄새가 나는 메뉴를 지양합니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코끝을 스치는 '볶은 원두의 향기'는 고객에게 이곳은 안전하고 평온한 휴식처"라는 신호를 뇌에 즉각적으로 전달하는 강력한 심리적 장치입니다. 매장의 음악은 단순히 배경음이 아닙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스팀 소리, 사람들의 낮은 웅성거림, 그리고 큐레이션된 재즈나 어쿠스틱 음악이 섞여 약 60~70dB 정도의 소음 환경을 만듭니다. 이는 완전한 적막보다 창의적 사고를 촉진하고, 옆 테이블의 대화 내용이 명확히 들리지 않게 하여 개인의 '심리적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칸막이 역할을 합니다.

 

어포던스(Affordance)를 활용한 행동 설계

 

   스타벅스의 가구와 평면 구성은 고객의 행동을 유도하는 행동 유도성 디자인을 따릅니다. 혼자 온 고객을 위한 바(Bar) 좌석은 대개 창밖을 향하거나 벽을 등지게 설계됩니다. 이는 타인과 시선이 마주치는 부담을 줄여주어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고립된 공존'을 가능하게 합니다. 반면, 매장 중앙의 커뮤널 테이블은 넓은 상판을 공유함으로써 타인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회적 연결감을 은연중에 제공합니다.

스타벅스에는 유독 둥근 테이블이 많습니다. 각진 사각형 테이블은 빈자리가 생겼을 때 심리적으로 '누군가의 영역'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어 합석이 어렵지만, 원형 테이블은 경계가 모호하여 고객이 더 환대받는 느낌을 받고 공간을 유연하게 점유할 수 있게 합니다.

 

 

인간 중심적 조명과 마감재의 질감

 

   공간의 온도를 결정하는 것은 마감재의 물성입니다. 스타벅스는 차가운 금속보다는 목재, 패브릭, 가죽 등 시간이 흐를수록 손때가 묻어 멋스러워지는 소재를 선호합니다. 천장의 전체 조명은 낮추고, 테이블 위나 벽면 아트워크에 집중된 스포트라이트를 배치하는 '포컬 포인트(Focal Point)' 기법을 사용합니다. 이는 공간 전체에 입체감을 부여하며, 고객이 앉아 있는 테이블 공간을 마치 무대 위의 주인공처럼 돋보이게 하여 몰입감을 높입니다.

 

 

로컬 정체성을 담는 '문화적 캔버스'

 

   최근 스타벅스의 공간 철학은 '표준화'에서 지역화로 진화했습니다. 각 매장은 해당 지역의 역사적 맥락이나 지리적 특색을 담는 캔버스가 됩니다. 이는 프랜차이즈가 주는 거부감을 줄이고, 고객이 "내가 사는 동네의 특별한 장소"라는 애착을 갖게 만듭니다. 서울의 한옥 매장이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그 지역의 전통과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기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계의 독특한 스타벅스 매장

 

   전 세계 스타벅스는 각 국가의 역사적 건축물이나 지형적 특색을 반영한 '컨셉 스토어'를 운영하며 브랜드의 가치를 높입니다.

 

일본 교토 니넨자카 야사카차야점: 100년이 넘은 2층 목조 가옥에 들어선 매장입니다. 세계 최초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다다미 방이 마련되어 있으며, 입구의 푸른색 노렌(천 가림막)이 교토의 거리 풍경과 완벽하게 어우러집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이븐 바투타 몰점: 페르시아 문명의 화려함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입니다. 거대한 돔 천장과 정교한 타일 모자이크, 화려한 샹들리에는 카페라기보다 궁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미국 시카고 리저브 로스터리: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벅스 매장으로, 5층 건물이 하나의 거대한 커피 공장과 같습니다. 중앙의 거대한 구리 원통(Cask)과 이를 따라 움직이는 원두 이송관은 시각적인 경이로움을 선사하며, 커피가 추출되는 전 과정을 예술적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중국 청두 타이쿠리점: 당나라 시대의 사찰 주변 건물을 활용한 매장으로, 전통적인 중국 건축 양식인 '쓰허위안(사합원)' 구조를 따르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리저브 바와 고전적인 건축물이 대비를 이루며 묘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한국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경동1960점 (서울 동대문)

 

   1960년대 지어진 폐극장인 '경동극장'을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한 매장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는 로컬라이제이션 사례입니다. 극장의 계단식 좌석 구조를 그대로 살려 모든 좌석이 중앙의 커피 바(Bar)를 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마치 공연을 관람하듯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즐길 수 있습니다. 천장의 거대한 목조 트러스 구조를 그대로 노출하여 압도적인 층고와 개방감을 줍니다. 주문 번호가 벽면에 빔 프로젝터로 투사되는 방식은 아날로그적 공간에 디지털적 감성을 세련되게 입힌 디테일입니다.

 

 

환구단점 (서울 소공동)

 

   긴 직사각형 형태를 띠고 있어, 입구에서 안쪽 커피 바(Bar)까지 이어지는 축(Axis)의 흐름이 강조된 설계입니다. 외부에서 보면 기와지붕이 길게 뻗어 있어 현대적인 빌딩 숲 사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매장 내부 한쪽에 마련된 대청마루 형태의 좌식 공간은 한국 전통 주거 양식을 상업 공간에 이식한 아주 영리한 설계입니다. 벽면의 격자무늬 창살과 한국적 미감을 살린 아트워크들이 직사각형의 긴 벽면을 따라 배치되어 있어 시각적인 리듬감을 줍니다. 대한제국의 제천 제단이었던 환구단(사적 제157호)의 역사적 맥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카페 기능을 수용한 서울 내 가장 상징적인 매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구종로고택점 (중구)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전통 한옥 고택을 활용한 매장으로, 한국적 미감을 극대화했습니다. 기존 고택의 서까래, 대들보, 기둥 등 뼈대를 고스란히 보존하면서 현대적인 커피 바를 결합했습니다. 본채와 별채로 나뉘어 있으며, 그 사이의 중정이 주는 여유로움이 특징입니다. 세계 최초로 매장 내부에 신발을 벗고 앉을 수 있는 좌식 공간(온돌 마루)을 마련했습니다. 마당에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있어 사계절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으며, 창살 문양을 재해석한 인테리어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제3의 공간'이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광장 같은 개념이었다면, 앞으로는 개개인의 목적에 최적화된 마이크로 공간으로 세분화되어야 한다. 재택근무와 원격 업무가 일상화된 만큼, 단순한 테이블 제공을 넘어 집중도를 높이는 조명 설계와 AI 기반의 스마트 좌석 예약 시스템 등이 인테리어 구조와 결합되어야 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1인 집중석과 예약형 미팅룸 등 좌석의 밀도보다는 점유의 질을 높이는 방향이 필요. 단순히 한옥 지붕을 얹거나 지역 명소의 사진을 거는 1차원적 로컬라이제이션을 넘어, 그 지역의 이야기와 삶을 담는 그릇이 되어야하고 경동 1960점처럼 지역의 쇠퇴한 유산을 재생 건축으로 되살리고, 해당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한 결과물을 공간 마감재나 아트워크로 상설 전시하는 등 지역 사회와 정서적으로 깊게 밀착된 공간.

 

ESG 경영이 필수인 시대에 인테리어는 심미성을 넘어 지속 가능성을 증명하는 수단. 단순히 친환경 자재를 쓰는 것을 넘어, 매장 철거 시 재활용이 가능한 모듈러 가구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타일 및 마감재 개발 등 기술적 혁신을 공간 전반에 적용. 스마트 센서를 통한 실시간 조도 및 온도 제어 시스템을 인테리어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통합 설계하여 운영 효율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달성. 고객의 편의를 돕는 기술은 늘어나되, 그것이 공간의 아늑함을 해쳐서는 안 됨. 키오스크나 픽업 알림판 같은 디지털 장치들을 인테리어 마감재 안으로 매립하거나 디자인 요소로 승화시켜, 고객은 기술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시각적으로는 여전히 따뜻한 목재와 조명의 온기를 느끼게 하는 하이테크-하이터치의 구현이 핵심. 앞으로의 스타벅스는 단순히 머무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고객이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의 가치를 디자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

 

 


세척기.mp4
5.21MB

스타벅스 매장에 있는 세척기 사용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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