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터의시선

지루한 아파트 디자인

hihellohow 님의 블로그 2026. 2. 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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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막상 적으려 보니 아파트라는 단어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요?
입으로는 자주 말했던 단어인데 막상 적고 보니
응?응? 하는 감정이 느껴지네요.
별다른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다세대 주택이나 단독주택에 살았습니다.  정말 이사도 많이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뭐 제가 이사를 많이하고 주택에 거주했기 때문에 서사를 만들기 위해 주저리주저리 적은 건 아니구, 
 
서울경기권에 거주한지도 11년이 넘어갑니다. 
대학 졸업예정자 신분으로 부산에서 경기도로 올라와 아파트 생활을 3년 정도 지냈습니다.
 
낡고 오래되고 관리가 잘되지 않아 불편했지만
기능적인 요소들이 잘 갖춰져 있어 일이 끝나고 요리도 잘해먹고, 거실 욕실 욕조에 반신욕도 즐겼습니다.
 
넓은 현관을 지나 방으로 들어갈때는 공간 안에 내 구역이
존재한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어릴 적에는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그 공간을 내 것으로
점유한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살면서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제가 머물러야 될 공간은 내 개성과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성격이 온전히 담기는 나만의 안식처라기보다
이 아파트를 구하면 미래의 가치가 올라 오르겠지?
이런 생각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직업적 특성일 수 도있고, 살고 있는 주변 환경이었을 수 있습니다.
지내다 보니 대중들은 이걸 원하고 휩쓸려 정답으로 생각한다는 그런 생각 하면 할수록 빠져들고 부정적인 감정들과 나에게 들이대는 잣대, 비교 등  원래 이런 거야 하는 저만의 생각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물론 지극히 제 생각이고,
이게 틀렸다고만 할 수 없습니다. 
아파트에 살아보면서 느꼈던 편리함, 그리고 기능적인 부분들 고려하면 충분히 좋은 점이 있습니다. 
더불어 역세권에 학군 지면 더욱더 좋구요.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획일화된 박스 구조에서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고찰입니다.
 
89년생인 저는 
그리 오래 살아본 인생은 아닐 수 있지만 지나쳐 만났던 사람들은 참 다양했습니다. 그리고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죠.
 
집이 가져다주는 안정감은 인간의 본능 중에 참 중요한 요소입니다. 내 집이 있다는 거, 내가 움직이는 모든 곳에 내 손길이 묻어있다는 것 너무 행복한 일입니다.
 
그런 쉼터 같은 집 그리고 서울에 밀집한 아파트라는 주거공간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요즘은 많은 정보들이 쏟아지고 골라가며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인테리어 매거진을 보는 일이 좋다 보니, SNS를 통해 구독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게시물을 보며 내가 즐겨보는 스타일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색감이 주는 공간의 에너지와 한국만의 공간배치와 다른 시각의 타국의 사례들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제가 관심 있어 하는 사례들을 공유해 볼까 합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위치한 Zdroj House>

@yellowtrace

 
공간을 구분 짓기 위한 포인트가 여러 가지로 보입니다. 
1. 중앙에 있는 커다란 수납장 
2. 천정과 바닥의 단차 이를 둠
3. 서로 다른 바닥마감재
 
장식장은 크기별 수납을 할 수 있게 높낮이와 폭을 다양하게 계획하여 만들었습니다. 소재는 OSB합판으로 보이고 목재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주면서 따뜻한 무드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내구성이 좋아 가구재와 벽마감재로도 활용됩니다. 더불어 습기에도 강한 편이므로 쉽게 변형되지 않습니다.
 
거실 소파의 패턴을 자세히 보면 중앙 장식장 뒤 높은 단 바닥마감재와 유사해 보입니다. 패턴을 맞춘 듯합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소재와 디자인으로 전체의 밸런스가 너무 좋아 보입니다. 색감도 정말 잘 어울리네요. 우리가 생각하는 아파트의 구조와는 다를 수 있겠지만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 보입니다. 
 
 


 

<프랑스 툴루즈(Toulouse)에 위치한 Gabrielle Vinson Architecte>

@yellowtrace

 
처음으로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소파의 색상이었습니다. 
저는 단색의 강한 색감을 좋아하는데 이 공간도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색상도 각각 주는 성격과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부분적으로 강한 포인트를 주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부를 둘러보면 전면에 유리블록처럼 정사각형의 블록을 쌓아 벽면으로 만든 부분이 있는데, 살짝 왼쪽으로 치우친 큰 정사각형은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처럼 구성하였습니다. 아파트에서는 보통 파티션으로 많이 사용되는 자재이고 투명하지 않는 유리로 실루엣만 보이게 하는 용도로 시공합니다.
물론 실제로 시공하면 디자인적으로도 우수합니다.
 
벽면은 도배 대신 콘크리트 위 불규칙한 패턴을 주어 도장으로 마감하였습니다. 벽 마감재를 철거하면서 철거장비로 일정 패턴을 주며 깎아 내거나 아니면 도장으로 패턴을 주는 방법도 있었을 겁니다. 거친 느낌의 벽 마감도 좋지만 단열에 대해서는 큰 걸림돌이 없었나 봅니다. 
천정을 보면 벽과 동일하게 화이트 색상으로 배경색을 정했고 높은 천정을 원해서 인지 보를 그대로 노출시켰습니다. 
보통은 구조체가 보이지 않게 건축마감재로 덧붙이고 평천정으로 구성하여 도배나 도장을 시공합니다. 
저는 노출 구조를 선호하는 편이고 그러한 환경이 주어진다면 살아보고 싶기도 합니다. 마치 한옥의 서까래가 보이는 것처럼요.
 
바닥 마감재가 서로 다른 색상으로 보입니다. 바닥을 드러내는 설비 작업 또는 필요한 구조 변경 공사가 있었던 것 같고, 기존 바닥을 유지하면서 새롭게 메꿈 형태로 만든 것 같습니다. 이런 것도 매력적으로 보이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부분이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마드리드 라 모랄레하에 위치한 단독주택>

@yellowtrace

 
색감이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이런 톤은 잘 사용하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기존 아파트 인테리어에서는 이런 걸 본 적이 없어서입니다.

수납할 수 있는 책장과 스툴 테이블이 있는 공간이 보이고 메인등이 없이 스팟등으로 몇 개 벽등 이렇게만 구성이 되어있네요.

전체적인 바닥톤은 어둡게 하였고, 테라코타와 버건디의 조화가 아주 매력적입니다. 채도가 살짝 낮은 붉은 계열이라 안정감도 있어 보입니다. 조금도 채도가 높았다면 공간이 떠보일 수 있습니다. 보통 아파트에 편견을 깨는 디자인입니다. 
 
바닥의 묵직함은 짙은 색의 헤링본 마루로 꽉 잡아주고, 책장과 기둥에 사용된 밝은 톤의 원목 프레임은 자칫 답답할 수 있는 붉은 공간에 시각적인 질서와 리듬을 주고 있습니다.
 
노란색의 패턴이 규칙적으로 들어간 커튼은 분위기를 지루하지 않게 포인트로 배치했고, 생동감을 부여합니다.
가구들은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어가 있어 전체적인 개성이 강하게 반영됩니다.
 


<호주 시드니 모스만에 위치한 Black Diamond>

@yellowtrace

 
이 프로젝트는 아주 유명합니다. 독창적인 스타일로 잘 알려진 YSG Studio가 설계한 주방 공간입니다.
 
이 주방은 단순히 요리를 하는 곳을 넘어, 다양한 천연 자재의 질감이 층층이 쌓여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대담한 석재의 활용: 주방 아일랜드에 사용된 검은색 대리석(Black Marble)의 묵직한 존재감이 공간의 중심을 잡아줍니다. 특히 아일랜드 측면의 격자무늬 타일과 대리석의 대비는 시각적인 풍성함을 더해줍니다.
 
천장 마감의 묘미: 일반적인 화이트 천장이 아니라, 흙빛(Terracotta) 톤의 거친 질감으로 마감하여 공간에 깊이감과 안락함을 동시에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천정은 일일이 작업자가 높은 작업 발판을 밟고 한 땀 한 땀 도장을 발라 마감하였습니다.
 
구조적 위트: 천장에서 내려오는 원통형 후드를 천장과 같은 톤으로 마감하여 일체감을 주었으며, 우측에 보이는
유리블록(Glass Block) 벽체는 빛을 투과시키면서도 공간을 세련되게 분리해 줍니다.

동양적 감성의 가미: 창문의 나무 격자 셔터(Shutter)는 질문자님이 선호하시는 코티지 스타일의 따뜻함과 동양적인 정갈함을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yellowtrace

 
 
이 싱크대는 기존의 틀을 완전히 부수는 실험적인 디자인입니다. 일반 주거공간에서 요리를 자주 하는 분들이라면 거리감이 분명히 생깁니다. 거주자의 환경에 맞게 사용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1인 주거공간인데 요리는 자주 하지 않으며, 스튜디오 형태로 공간을 사용한다던지, 구조체가 드러내는 의도가 디자인적으로 시도해보고 싶다던지, 개인의 성향과 기호에 따라 적용할 수 있습니다. 
 
1. 펀칭 메탈(Perforated Metal)의 활용
가장 큰 특징은 싱크대 하부장을 막힌 도어가 아닌, 구멍이 뚫린 '펀칭 메탈' 시트로 마감했다는 점입니다.
시각적 개방감: 하부 배관이 은은하게 비치면서 가구가 바닥 위에 가볍게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2. '배관의 노출'을 디자인으로 승화
보통은 숨기기에 급급한 싱크대 하부 배관(트랩, 공급관 등)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툴루즈 하우스에서 구조재를 노출했던 것처럼, 설비 라인 자체를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유지보수의 용이성: 현장 관리 측면에서 보면, 누수 확인이나 배관 수리가 매우 직관적이고 편리한 구조입니다.
 
 
 
 
 
[마무리]
 
아파트라는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가 집을 '삶의 터전'보다 '자산 가치'로 먼저 보기 때문일 거예요.
서울에서 보낸 11년은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차가운 도시에서 나만의 취향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고독한 일인지 가르쳐주었습니다. 하지만 획일화된 박스 구조라는 한계가 우리 삶의 개성까지 가둘 수는 없다는 용기를 타국의 사례에서 얻었습니다.
 
폴란드의 'Zdroj House'는 OSB 합판 수납장 하나로 벽 없이 공간을 나누었고, 바닥의 단 차이만으로도 충분히 '내 구역'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프랑스 툴루즈 하우스는 철거 흔적과 보를 그대로 노출해 집의 역사를 시각화했고, 마드리드의 레지던스는 과감한 테라코타 톤으로 아늑한 동굴 같은 안정감을 구현했습니다. 시드니의 사례나 실험적인 싱크대 디자인 역시 매끈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릴 때 비로소 집이 살아 숨 쉬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부동산 가격으로 공간을 재단하는 순간, 우리는 가장 따뜻해야 할 쉼터를 잃게 됩니다. 제가 꿈꾸는 인테리어는 연출된 사진이 아니라 거주자의 하루가 배어있는 생생한 기록입니다. 공간은 우리 내면이 비치는 거울이자 인생의 기록 저장소이기 때문입니다.
 
퇴근 후 욕조에서 느끼는 평온함이 집안 곳곳에 투영될 때, 아파트는 영혼을 가진 안식처로 거듭납니다. 무채색 아파트가 저마다의 빛을 내뿜는 개성 있는 전시장으로 변모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나다운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인테리어적 저항이자 고백입니다.
결국 공간을 가꾸는 일은 나를 돌보는 일과 같습니다. 내가 어떤 소재에 안도하고 어떤 빛 아래에서 진실해지는지 찾는 여정은 곧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입니다.
 
작은 모퉁이 하나에도 나의 가치관이 깃들어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세상의 정답에 의문을 던지며 나만의 안식처를 지어 올릴 때, 우리는 도시라는 기계의 부품이 아닌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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